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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고시원. '기역(ㄱ)'자 모양 복도를 따라 열두 개의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양쪽에서 문을 동시에 열면 서로 맞닿을 법한 1m 폭의 좁은 복도엔 형광등 두어 개만 덩그러니 켜져 대낮에도 어두침침했다. 4일 밤 10시 이곳에선 40대 남성이 같은 고시원에 거주하던 20대 여성을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남성은 범행 이튿날 경찰에 자수했다.

낮은 조명, CCTV 없는 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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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고시원. 지난 4일 살인사건이 발생한 건물 내부엔 별도의 층별 잠금장치가 없어 외부인의 통행이 가능했다. 문지수 기자


사건 발생 나흘 만인 8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살인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 A씨를 구속했다. 범행 당시 그는 음 알파리움 주나 약물에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 또 두 사람 사이엔 원한이나 친분 등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에게) '번호를 알려달라'며 고백했는데 거절당해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피의자 진술일 뿐 정확한 범행 동기는 수사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이 고시원의 허술한 안전 관리와 무관하지 해드림대출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직접 가본 현장은 방범 장치가 미비했다. 건물 1층 출입구를 제외하곤 층마다 별도 잠금장치가 없어 외부인이 언제든 드나들 수 있었고, 복도엔 방범용 폐쇄회로(CC)TV도 보이지 않았다. 범행이 발생한 층엔 12가구가 사는데 피해자는 유일한 여성 거주자로 알려졌다. 거주자 이동이 뜸한 시간대엔 범행을 저지르더라도 발각되지 않을 무등록대부업 위험도 커 보였다. 같은 층에 살고 있다고 밝힌 한 주민은 "경찰이 우르르 몰려오기 전까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또 다른 20대 여성 주민은 "평소에도 복도에 남성이 우두커니 서 있으면 나도 모르게 경계를 하게 된다"며 "사건 소식을 듣고 나니 더 무섭다"고 호소했다.

범행 발생 햇살론 핸드폰연체 우려 높아 "규정 보완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반지하방, 고시원, 옥탑방 등 주거 환경이 열악해 주거 시설로 적정하지 않은 '비적정 주거지'에 머무는 이들은 실제 절도부터 사기, 성폭행에 이르기까지 각종 범죄에 노출돼 있다. 2020년 서울시가 발행한 '재난상황에서 노숙인 등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비적정 주거지에 사는 1,014가구 중 범죄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32.3%로 세 가구 중 한 가구꼴이었다. 연구에 참여한 조사원은 "쪽방촌 주변엔 CCTV가 부족해 성추행이 일어나도 피의자를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면서 "그로 인해 같은 범행이 반복되기도 한다"고 현장 실태를 전했다.
방범 관련 지침이 없는 건 아니다. 고시원 주거규정에 해당하는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은 소음, 추락사, 화재사고 방지와 함께 범죄예방을 위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적 감시가 강화되도록 계획돼야 한다 △건물 출입구, 승강기 내부 등에는 영상정보 처리기기 설치를 권장해야 한다 등 추상적이거나 권고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명확한 기준을 담을 수 있도록 규정을 보완하고 이행 여부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김준희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현행 규정은 평수나 창문 규격 등 설비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면서 "여성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도록 성별 분리를 의무화하거나 방범 장치 설치 규정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지자체나 정부가 시행 여부를 감독하고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며 "고시원 운영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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