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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멀어졌을 때에야 비로소 실감나는 존재였습니다.가파도로 향하는 배 위에 앉아 있었습니다.눈부신 햇살, 소금기 어린 냄새를 머금은 바람.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바다 너머로 보이는 제주.그제야 생각했습니다.‘아, 이곳은 섬이구나.’멀리서야 비로소 또렷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너무 가까이 있을 땐 오히려 잊혀지는 감각.‘제주도.’ 작가에게 그랬습니다.한라산이 보이고, 곶자왈이 보이고, 오름과 바다가 펼쳐지고.그러자 그 위를 고양이들이 뛰놀기 시작했습니다.어느 날의 감각, 어느 날의 표정들까지.그 아이들과 함께 걷는 사이, 조용히 제주가 들어왔습니다.그 시선 위에서 다시 그린 제주의 풍경.이선희 작가의 열한 번째 개 토지지분대출 인전,‘아무튼, 한라산부터 시작합시다’ 입니다.



작품 디테일 컷


■ “생각으로만 두기엔 너무 간절했던 제주행”.. 이주에서 예술로2020년 겨울, 세상이 멈춰선 듯 고요했던 어느 날, 작가는 삶을 처음부터 다시 그려 씨티은행대출이자 보기로 했습니다.서울의 일상을 정리하고, 최소한의 짐만 챙겨 가족과 함께 제주로 향했습니다. “그냥 해보고 싶었어요. 망상 같다고들 했지만, 꼭 한 번 실현해보고 싶은 꿈이었거든요.”협재 해수욕장 인근에서 시작된 제주의 생활은 이젠 화폭 속에서 말을 거는 그림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다에서 섬을 바라보다”.. 낯설게 보아, 다시 그린 제주“섬에 살고 국가장학재단 전환대출 있었지만, 정작 섬이라는 감각은 들지 않았어요.” 가까이 있을 땐 느껴지지 않던 제주의 실감은, 멀어졌을 때 비로소 또렷해졌습니다.그래서 이번엔 시선을 바꿨습니다. 섬 안에서가 아닌, 바깥에서 섬을 바라보는 방식으로.‘탐라순력도’에서 구조를 착안하고, 형광빛 프레임과 민화적 구도, 대담한 색채를 입혀 익숙한 풍경을 새롭게 감각하는 그림들을 완성했습니다.그렇 하나로통신요금 게 만들어진 ‘제주시리즈’ 중 네 편이 이번 전시에서 처음 관객을 만납니다.



작품 디테일 컷


■ 고양이들, 제주를 걷다.. 회화 속 타자이자 자아의 분신들작가의 그림 속에는 늘 고양이들이 등장합니다.문어를 낚거나, 만남사이트 횃불을 들고 축제를 달리거나, 해변에서 한낮의 여유를 즐기는 모습들.그 고양이들은 작가 자신이기도 하고, 제주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낯섦과 감탄을 품은 존재이기도 합니다.김녕의 용암동굴, 새별오름의 불빛, 협재와 금능의 해안. 고양이가 걷고 뛰는 풍경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와 표정이 숨어 있습니다.



작품 디테일 컷


■ 형광 프레임 속 제주.. 익숙한 장소를 다시 감각하는 구성의 미학작가는 민화적 평면 구도 위에 형광 오렌지와 선명한 색감을 덧입힙니다. 처음엔 다소 낯설게 느껴지지만, 어느 순간 익숙했던 제주의 풍경이 되살아나듯 다가옵니다.화려하지만 차분하고, 감각적이지만 절제된 구성. 이 균형은 제주의 장소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장치가 됩니다.



작품 디테일 컷


■ 시간이 겹쳐진 회화..감각 너머의 시간성작가는 ‘지금’이라는 한순간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과거와 현재, 기억과 상상이 하나의 화면 안에 어우러집니다.고양이의 움직임, 색의 결, 장소의 리듬.시간은 선형이 아니라 층처럼 겹겹이 쌓이며 축적됩니다.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낯익은 기억의 한 장면 속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듯한 감각이 찾아옵니다.



작품 디테일 컷


■ ‘장소’로 살아낸 제주.. 풍경이 아닌 감응의 지형공간은 움직임을 담고, 장소는 머무름을 품습니다.작가는 그 경계 어딘가에서 살아낸 제주의 풍경을, 현실과 꿈이 교차하는 결로 천천히 엮어냅니다.고양이들이 유영하는 해안, 곶자왈, 오름은 모두 시간과 관계가 쌓인 장소이며 관객이 자신의 내면을 조심스레 투영해볼 수 있는 열린 풍경으로 자리합니다.이 그림은 결국, 작가의 눈으로 다시 길어 올린 제주입니다.그리고 그 눈길을 따라가는 사이, 우리 또한 ‘나의 제주’를 다시 발견하게 됩니다.



한수풀갤러리 전시 전경


■ “다음 이야기를 향해”.. 고양이들이 안내하는 서사의 섬전시는 22일까지 한림읍사무소 ‘한수풀갤러리’에서 열리며 6월 강진아트홀, 8월 광주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2022년 ‘같이 늙어가는 사이에…’전이 제주에서의 삶을 처음 선언했던 전시였다면 이번 전시는 더 깊고 부드러운 시선으로 섬을 살아낸 시간의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그리고 그 그림 속 고양이들 사이 어딘가에서, 잊고 지낸 감정 하나가 조용히 스며들어올지 모릅니다.



이선희 作 '거문오름용암동굴계와 김녕해수욕장'


■ 섬을 살아낸 사람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이야기이선희 작가는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2021년 팬데믹의 고요 속에서 가족과 함께 제주로 삶의 터를 옮겼습니다.그렇게 다시 시작한 나날은 제주의 자연과 사람, 사라진 것들과 남은 것들 사이를 오가며 질문과 감정, 기억으로 천천히 축적되어 갔습니다.그 시간은 차곡차곡 쌓여, 결국 그림이 되었습니다.몽돌이 사라진 해변, 재선충에 쓰러진 소나무, 불꽃으로 물든 오름, 그리고 제비와 수학여행 아이들이 스쳤던 봄날까지.화폭 속 풍경은 조용히 호흡하며, 사라진 것들을 천천히 불러냅니다.



이선희 작가의 '2024 예술공간이아 레지던시 결과보고전'


2024년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아레지던시에 참여하며 ‘탐라순력도’를 재해석한 ‘제주시리즈’를 본격적으로 전개했고, 올해 제주시 원도심 입주작가로 선정되어 삼도2동의 빈 점포에서 지역과 예술을 잇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작가는 책과 다큐멘터리, 지인의 목소리까지 모아 제주를 자신만의 감각으로 다시 그립니다.협재, 금능, 거문오름, 김녕, 구억리, 사계, 한담, 귤림풍악까지.이 그림들은 표면의 풍경을 넘어, 시간이 머문 자리에 켜켜이 누적된 마음의 지층입니다.
그리고 오래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고양이 옆에 나란히 앉은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그 순간, 한때 마음 한쪽에 묻어두었던 기억 하나가 가만히 얼굴을 내밉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